정부 지원 없이도 민간 인증으로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계통 미연계 설비 전력도 국제 인증 인정…REC 사각지대 해소
RE100·CDP 등 글로벌 기준 충족…자가용 태양광 투자비 회수기간 절감

진우삼 기업재생에너지재단 RE100위원회 위원장(가운데)이 I-REC 도입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진후 기자]
진우삼 기업재생에너지재단 RE100위원회 위원장(가운데)이 I-REC 도입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진후 기자]

기존 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를 발급받지 못했던 자가용 태양광 설비도 국제 인증서 발급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민간 주도의 국제 재생에너지 인증서 ‘I-REC’가 국내에서 본격 발행을 앞두면서 RE100 참여 기업뿐 아니라 중소·중견기업은 물론 최종 소비자까지 재생에너지 조달 선택권을 대폭 확대하게 된 것이다.

국내에서 처음 도입되는 I-REC이 유통되면 공급량이 부족한 현 시장에서 기업의 재생에너지 조달이 유연해지고, 중소·중견기업은 산업용 전기요금 대비 저렴한 태양광 전기를 직접 사용하고 남는 만큼 판매까지 할 수 있어 전기요금 절감 효과가 극대화된다.

기업재생에너지재단은 30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3분기 중 I-REC 공식 발행기관 지정 절차를 완료한 뒤, 실제 인증서 발행에 나선다고 밝혔다. 오는 8월 발행 가이드라인 확정 및 같은 달 열리는 ‘아시아-퍼시픽 재생에너지 매칭 포럼’에서 공식 론칭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이후 내년 4월 I-REC 국제 포럼, 내년 8월 플랫폼 정식 운영 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I-REC의 글로벌 민간 인증기관인 'I-TRACK 재단'이 발행기관 지정과 함께 레지스트리 운영과 발전 데이터 검증이 가능한 국내 플랫폼 운영사 지정도 병행 중이다.  

I-REC는 1MWh 단위로 재생에너지 생산을 인증하는 EAC(Energy Attribute Certificate)로, 유럽·일본·태국을 비롯한 50여개국이 활용하고 있다. RE100·CDP·SBTi 등 글로벌 온실가스 감축 이니셔티브에서도 공식 인정한 이행 수단이다. RPS 제도에서 제외된 소형·자가소비형 설비에도 발급할 수 있어 기존 REC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재생에너지 조달 수단을 다양화한다.

진우삼 기업재생에너지재단 RE100위원회 위원장은 “I-REC 도입은 RPS 중심의 국내 인증시장에 의미 있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소비자가 직접 선택하고 구매함으로써 재생에너지 확대와 산업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하는 민간 중심 자립 생태계를 구축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발행 대상은 RPS에서 REC가 발급되지 않는 자가용 태양광 중, 준공 5년 이내 순수 민간 투자 설비로 한정된다. 정부 예산 한 푼 없이도 발급과 시장 운영이 가능한 만큼, 기존 공공 REC 제도와의 가장 큰 차별점이 여기에 있다. 그간 자가용 설비는 올해 기준 연 90억원 규모 지원예산 기반으로 운영돼왔는데, 전기요금이 상승해 자가용 발전 효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원 예산 한도로 보급이 지연되는 역설이 존재했다.

김동주 재단 사업기획팀장이 I-REC 도입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진후 기자]
김동주 재단 사업기획팀장이 I-REC 도입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진후 기자]

김동주 재단 사업기획팀장은 “I-REC 도입으로 중소·중견기업은 전기요금을 40% 수준으로 절감하고, RE100 기업 역시 재생에너지 구매 옵션을 확대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도입 시 RE100 이행이 시급하지 않은 중소기업의 경우 자가용 태양광에서 발생한 I-REC를 판매해, 기존 산업용 전기요금 대비 약 40%의 요금 절감 효과를 거둘 전망이다.

I-REC 가격은 일반 REC와 마찬가지로 수요·공급에 따라 결정된다. 가까운 일본에선 1REC당 약 4달러, 남미에선 약 1달러 수준으로 거래되고 있다. 기존에 발행되지 않던 설비로선 추가 수익인만큼 투자비 회수기간을 큰 폭으로 단축할 수 있다.

정우원 재단 기업협력팀장은 “이미 해외 REC 거래 경험이 풍부한 글로벌 기업 및 컨설팅 업계는 한국 내 조달 수단으로서 I-REC에 대한 문의가 활발하다”며 “녹색프리미엄이나 기존 한국 REC만으로는 수요를 채우기 어렵고, PPA만으로도 부족해 I-REC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밝혔다.

관건은 신뢰를 좌우하는 추적·소각 검증 체계다. 기업재생에너지재단은 자가용 태양광 설비에 전력계량기와 원격단말장치(RTU)를 부착해 발전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I-REC 레지스트리로 전송·검증하며, 이 데이터는 한국에너지공단의 모니터링 시스템(REMS)과도 연계해 이중 발행을 방지할 계획이다. 이는 그간 사각지대에 있던 자가용 설비 데이터 확보와 유지관리도 용이해지는 효과가 있다.

향후 재단은 정부와 협력해 기존 REC나 정부 주도 자가용 인증서(REGO), 경기도 REC(G-REC) 등 기존 제도와의 충돌을 방지하고, ▲중복 발행 방지 ▲투명성 확보 ▲재정지원 설비 확인 등 인증서 신뢰성을 높이는 제도 정비를 이어갈 계획이다.